99. 길에서 만난 고양이 - 세이지(ET)


오늘의 저녁재료를 품에 안고 길을 가던 세이지는 가게옆 골목에 쌓여있던 짐더미 위에서 신기한 것을 목격했다.

"우와, 고양이? 남색빛 고양이도 있던가? 무지 예쁘다!"

세이지는 두팔로 안고 있던 봉투를 한팔로 옮겨 안고 나머지 한손으로 고양이의 턱밑을 살살 간질였다. 고양이는 그 손길이 좋은지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있다가 슬쩍 일어나 쭈욱 기지개를 폈다. 목에 걸고 있는 방울이 짤랑, 경쾌한 소리를 냈다.

"아, 이제 집으로 가려는거야? 헤헤, 고양아 조심히 잘가~"

야옹-, 세이지의 말에 대답을 한 건지 고양이가 낮은 목소리로 울고는 훌쩍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여행만 아니라면 자신도 귀여운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며 세이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카론과 라인이 배고픔에 져 울고 있을테니까.



-여, 파셀.

"여,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녀. 뭐 상관없지만.

-내가 어디 다녀왔는지 알면서 묻는건 또 뭐야. 짜증나게.

"아하하-그래그래, 고마워. 내 보잘것없는 부탁을 들어줘서.

-흥, 구렁이같은 놈. 네 자식이 백배천배 났다.

"흠, 역시 날 닮아서.

-닥쳐, 멍청아. 얼굴에 발톱자국 내기 전에.

남색털의 고양이는 그 자신의 털색과 비슷한, 남색빛의 머리칼을 가진 사내의 어깨에 올라타 그의 볼을 토닥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평화로운 그림이겠지만 남색머리칼의 사내는 볼에 와닿는 뾰족한 발톱의 느낌에 그저 어허허, 웃을 뿐이었다.





110. 8월 - 시온한


"그렇게 더워요?"

한은 옆에 놓여있는 부채로 앞에 늘어진 남자에게 부채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한창 더워지기 시작한 8월 초. 간만에 시간이 맞아 서로 만나기로 한 것은 좋았는데 앞에 있는 남자는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위에 한없이 약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건물 안에서 만나기로 할 걸 그랬네. 헤이, 시온~시온. 살아 있어요?"

한은 부채질을 더 세게 하면서 들고 있던 음료수병을 시온의 볼에 대 주었다. 잠시간 밖에 있어서 이미 미지근해졌지만 이 죽을 것 같은 더위엔 그마저도 축복인지 시온이 느릿느릿 한의 손에서 음료수병을 받아쥐었다. 

"죽을 거 같아."

"어어, 그렇다고 나만 두고 죽으면 안돼요. 오늘 영화 보기로 했잖아."

장난스럽게 말했더니 시온이 피식 웃었다. 음, 농담 아닌데.





121104 엠에센에서 끄적인 단문들. 주제는 소설205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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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글 001  (0) 20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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